한미 무역 대화: 철강 232조 관세 해소 모색, 불확실성 완화는 과제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통상 고위급 2+2 협의에서 한국은 미국 철강 수입에 부과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치의 조속한 해소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2+2 협의는 외교와 국방 또는 통상 분야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동맹국 간 주요 현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는 형식으로, 이번 협의에는 한국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이 참여하여 양국 통상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특정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를 저해한다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쿼터(연간 263만 톤, 과거 3년 평균 수출량의 70%)를 부여받는 대신 232조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이 쿼터 물량에 대해서도 여전히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한국 철강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7백만 톤 조항'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이는 당시 협상 과정에서 등장한 용어 중 하나로, 실제 합의된 쿼터 물량은 263만 톤 수준입니다. 한국은 이 조치로 인해 대미 철강 수출량이 크게 감소했으며, 특히 쿼터 소진 시 추가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이번 2+2 협의에서 한국 측은 철강 232조 관세 조치가 한국 철강업계와 양국 교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하며, 미국이 이 조치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완화하여 예측 가능한 교역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요청한 '예측 가능성' 확보에는 쿼터 물량에 대한 관세율 인하(예: 10% 수준으로 복귀) 또는 관세 완전 면제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무역 제한 조치보다는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한국의 요청과 한국 경제 상황의 어려움에 대해 경청했으나, 당장 232조 관세 조치를 변경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자국 철강 산업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글로벌 철강 과잉 생산 문제와 기후 변화 대응(저탄소 철강 생산)과 연계된 새로운 통상 질서 구축(예: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협정(GASSA) 논의)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경제는 최근 1분기 역성장(GDP 성장률 -0.2%)을 기록하는 등 내수 부진과 투자 및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미 철강 수출의 불확실성은 한국 철강 기업들의 경영 활동과 투자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철강 산업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의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산업이므로, 철강 수출 부진은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의 232조 조치가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보호무역주의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기조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철강 232조 조치를 쉽게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국내 정치적 고려(철강 산업 보호 여론)와 더불어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논의, 그리고 지속가능 철강 관련 새로운 무역 규범 마련 등 보다 큰 그림 속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요청한 '7백만 톤 조항 회귀'는 당시의 협상 맥락을 재해석하는 차원이거나 또는 쿼터 물량을 다시 늘리고 관세율을 낮추는 새로운 협상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국과의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철강 쿼터 문제가 논의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이는 단기적인 해법이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 틀 속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미 통상 고위급 협의는 한국이 철강 232조 관세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미국에 다시 한번 명확히 전달하고 미국 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즉각적인 조치 변화보다는 양국 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철강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대미 수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함께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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